추석 연휴에 '공영방송' KBS가 의미있는 기획을 했다. 15년 만에 텔레비젼에 나온 가수 나훈아의 특별공연을 진행했던 것이다.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국민을 위한 위로공연이라는 것이 기획의 의도이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출연료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2008년 여배우들과의 염문설에 대한 기자회견을 통해 범부(凡夫)가 아님을 보여줬던 그였는데, 수 억이나 하는 개런티를 받지 않았다는 소식은 그를 더욱 더 대범한 사람으로 만들어 줬다. 많은 언론들은 이런 소식을 전하며 대중과 국민을 위한 그의 진정성을 부각시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쯤에서 마무리가 되면 좋을 일이건만, 언론과 정치권은 한 걸음을 더 들어가는 모양새다. 공연 중간마다 이어지는 그의 발언을 통해 각자 나름대로의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야권이나 보수 언론에서는 나훈아가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실정에 대해 소신발언을 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것이 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속이 후련한 발언일 수도 있고, 정부나 여당에 대해서는 불편할 수도 있는 발언이다.

 
국민적인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는 그의 발언이 소소한 파장을 가지고 오는 상황에서 문득 떠오르는 누군가가 있다. 지난 보수 정권에서 정부와 여당을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수 년 동안 방송에서 사라져버렸던 몇몇 연예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자기 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힘 없는 연예인들은 정치적으로 핍박을 받고 생계마저 위협을 받았다. 그런 파렴치하고 치졸한 행동들이란 지금 야당으로 내몰린 당시 보수정부가 자행했던 일이다.

 

그들은 나훈아의 발언을 가져다가 자기들의 언어인 양 행세하기 이전에 누군가에게 먼저 사과를 해야 하는 것 아닌지...

 

현 정부가 내놓고 있는 국가적 현안에 대한 정책의 방향에 대해서 많은 부분 동의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정권이 지난 보수정권보다 더 민주적이라고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KBS라는 매체를 통해 나훈아가 정부와 여당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정치권과 수많은 언론이 그의 목소리를 빌어서 정부와 여당을 비판할 수 있다는 현실에 안도하고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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