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12일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본격적으로 실시되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매일 1,000명 이상씩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당국이 내린 극약처방이었다. 자영업자들은 7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어 영업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강화된 방역수준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지난 14일 저녁, 일부 자영업자들은 장기간에 걸친 영업제한에 피로감을 표출하며 차량을 이용한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거리두기 4단계에 따른 영업시간제한을 해제할 것과 코로나 방역정책에 따른 영업제한으로 누적되는 손해를 보전해줄 것이 자영업자들의 주된 요구사항이다. 벼랑 끝에 놓인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코로나로 인한 국가적인 위기상황을 넘기기 위해서는 짧은 기간의 강력한 방역조치는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이와는 별개로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되기 이전, 여당에서는 재난지원금의 명복으로 모든 국민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사회 일각에서는 정부 여당의 정책실패를 무마하기 위한 포퓰리즘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국가의 재정상황을 무시한 무리한 정책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여당과는 철학과 가치를 달리하는 야당의 반발, 그리고 여론의 비판이 따르자 최근에는 소득 하위 80%의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재난지원금이 어떤 범위의 국민에게 지급될 것인지는 정치권의 협의를 통해 결정될 일이지만, 모든 국민에게 '위로금'의 명목으로 현금을 일괄지급한다는 것이 과연 타당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코로나로 인한 스트레스를 모든 국민이 힘들어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받게 된 경제적인 타격은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정도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국가/지방공무원, 대기업 또는 공공기관 등에 재직 중인 직원 등 안정된 고용이 보장되어 있는 일부 사회계층은 코로나로 인해 생활에 불편함이 발생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생계가 곤란해질 정도의 문제에 봉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기존 사회안전망 속에서 보호를 받고 있던 사람들의 경우에는 코로나로 인해 새로운 형태의 경제적 위협에 노출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울 것이다. 반면 고용보장이 어려운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 또는 코로나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극단적인 경제적인 고통에 내몰리게 될 수밖에 없다. 즉, 코로나로 인해 형성된 경제적 취약계층은 별도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영세자영업자 등 일부 계층은 단순히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넘어 생계마저도 위협받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당장의 생계도 문제이겠지만 장기간 누적된 영업손실을 극복하지 못해 파산하게 된다면 미래에 재기를 노리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사실 코로나로 인한 사회현상의 변화 또는 사회문제의 발생이 근 한두 달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미 2020년 2월 말부터 시작된 문제적 상황변화는 1년 6개월 이상의 시간을 거치며 적지 않은 사회적 문제점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러한 국가적인 위기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응하고 체계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야 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인 행정이란 단순히 적극적인 '현찰지급'의 형태로 나타나서는 안된다. 재난지원금이 이미 수 차례 지급된 상황에서 그 정책의 효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에 대한 연구와 검토가 이미 이루어졌어야 했고, 이번 재난지원금의 지급은 이러한 연구와 검토를 바탕으로 보다 필요하고도 적절하게 진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지원을 정말 필요로 하는 계층은 어떤 계층인지, 각각의 경우에 어떤 종류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지를 정밀하게 검토해서 효과적이고 확실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정부와 여당에게는 이런 종류의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져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시행하려는 정책에서는 이런 노력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정부와 여당의 정책이 선동적이고 포퓰리즘적이라고 비판할 수 있는 것이고, 현 정권에 대해서 무능한 정권이라고 비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와 여당만을 무능하다고 나무랄 것은 아니다.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야당에게서도 어떤 형태의 '대안'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야당이 선별적/선택적 지원을 주장하겠지만, 어떤 계층을 선별해서 지원을 해야 하는지 또는 어떤 종류의, 그리고 어느 정도의 지원을 해야하는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이 없다. 

 

그 놈이 그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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