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 예비역 대위에 대한 폭로가 쏟아지고 있다. 과거 지인에게 200만원을 빌리고 이를 되갚지 않았다는 소위 ‘빚투’ 사건에 이어, 성추행 관련 사건에 휘말려서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폭로, 그리고 폭행전과가 있어 ‘전과 2범’이라는 언론의 기사가 나오기까지 했다.

해군 UDT에서 군복무를 했던 이근 대위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유튜브 프로그램 ‘가짜사나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스타덤에 오른 인물이다.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최근 다수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사회적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과거에 대한 다수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의 유명세로 인해 출연했던 TV프로그램이나 광고에서도 그 후속조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근 대위에 대한 폭로와 그 파장은 사회적 공인에 대한 최소한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대중이 보여주는 관심과 인기에 힘입어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부를 얻게 되는 공인에게 그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또 그 공인이 저질렀던 부적절했던 과오에 대해 진지하게 자성할 것을 바라는 것이 사회적 분위기인 것이다.

공인에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또는 아직 책임지지 않은 과거의 문제에 대해 해결을 요구하는 것 또는 자숙을 요구하는 사회적 요구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지탄을 받는 행위 또는 심지어 범죄 등에도 불구하고 자숙 없이 유명세를 얻는 경우 성장하는 청소년들의 가치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뿐더러 공동체의 도덕적 해이에도 원인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공인의 다수가 법에 위반된 행위를 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상황에서 대중이 그를 외면하거나 법적으로 제재를 받고 있는 경우는 지금 현재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병역을 기피하고 미국국적을 취득한 Steve Yoo의 경우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땅을 밟지 못하고 있고, 인기 연예인이던 신정환씨는 도박사건에 연루된 이후 방송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밴드 잔나비의 멤버 유영현은 청소년 시절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지목된 이후 그룹에서 탈퇴하고 연예인 생활에 마침표를 찍을 수밖에 없었다. 성범죄를 저질렀던 가수 정준영씨는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의 판결이 확정되었다.

그러나 공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고 해서 소위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강남스타일’로 세계적 인기를 누렸던 싸이는 과거 병역비리에 연루되어 2회차에 걸쳐 군복무를 하기도 했고, 대마초 흡연의 문제로 형사입건이 되었던 경험이 있다. 개그맨 ‘신동엽’도 대마초 흡연 혐의로 형사입건되었던 전력이 있다. 유명 연예인 ‘김구라’는 거친 언행과 혐오발언을 주요 컨셉(?)으로 사회적 인지도를 얻으며 연예계에 데뷔를 했지만,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과거의 지나친 발언에 대해서 적지 않은 사과를 했어야 했고,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일정 기간 모든 공적 활동을 중단하고 자숙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들의 경우는 범죄에 대해 법적인 처벌을 받거나 사회적인 물의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다 하거나 충분한 자숙의 시간을 갖고 대중들의 용서를 받은 사례라고 이해된다.

위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사건에서와 같이 대중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공인이라고 하더라도 완벽한 인간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들 역시 욕구와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불완전한 인간일 뿐이고, 그로인해 생각지도 못한 사회적 물의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지점인 것 같다. 하물며 사회적 유명세를 얻기 이전에 평범한 개인으로서 살아가던 사람에게 사회적 과오를 찾아내는 것은 사실 어렵지는 않아 보인다.

어쨌든 이근 대위는 지금 과거의 추문으로 인해 적지 않은 곤란을 겪고 있다. 최근 유명세를 얻은 한 개인과 그의 과거를 폭로한 기자의 갈등은 법적 다툼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의 법적 공방을 지켜봐야 하는 씁쓸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최근 유명세를 얻은 개인의 전과를 굳이 들춰내어 폭로한 당사자들의 의도에 대해 아쉬운 생각이 든다. 어떤 목적의식으로 그의 과오를 들춰내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그들이 찾아낸 바와 같이 사회적 물의와 법적 전과로 얼룩진 누군가가 유명세를 얻거나 ‘정의의 사도’로서 비춰지는 것이 못마땅했을까? 미국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음에도 한국국적을 선택하고 모두가 기피하는 군복무를, 그것도 가장 어렵다는 특수부대에서 수행했다는 점에 사회적 이목이 쏠리는 것이 불편했을까? 개인적으로 느껴지는 점을 밝히자면 이들에게 건설적인 목표의식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다른 한편으로는 갑작스러운 스타덤과 함께 찾아온 또 다른 갑작스러운 사회적 비판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이근 대위에게 안타까움이 든다. 이근 대위는 법원에 의해 유죄판결을 받았고 법적 책임의 소재와 범위가 정해져 있는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억울한 점이 있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그 억울함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판단과 그 내용에 대해서는 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어땠을까?

같이 살아가던 공동체를 버리고 개인적인 편익을 쫓아 해외로 도주(!)한 누군가(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쥐새끼’라고 부른다)를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이근 대위는 반대로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도 기피하는 불편함을 스스로 감수했던 인물이다. 만약에 그에게 과오가 있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함께 부대끼고 살아가고 있는 한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고 인정할 수 있는, 그리고 새로운 방향에서 우리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의 인기는 대중이 만들어낸 것이니 그의 전과(前過)에 대한 판단도 대중에게 맡겨 두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이근 대위와 관련한 사회적 논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이근 대위는 적지 않은 TV 프로그램 또는 광고촬영에서 손실을 입을 것이 추정되고, 추문을 폭로한 기자 또는 단체들과 법적 다툼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갈등이 극적으로 또는 빠르게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가짜사나이’라는 유튜브 영상으로 얻은 스타덤을 계속 유지해 나아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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