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에서의 채동욱 검찰총장 vs. 문재인 정부에서의 윤석열 검찰총장

 

2013년 4월, 채동욱 씨는 박근혜 정권에서 제39대 검찰총장으로 임명되었다. 박근혜 정부의 첫 검찰총장이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임명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사건'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진행했다. 6월에 이르자 원세훈 전 원장의 구속을 놓고 법무부와 검찰은 갈등을 겪었고, 당시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때마침 언론에서는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혼외자 논란이 제기되었으며, 2013년 9월에 이르러 채동욱 총장은 마침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이에 대해서 당시 야당과 다수 언론은 정권이 정치적인 이유에서 검찰총장에 대한 압력을 행사한 것이라 평가하였고,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이후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까지 수행하였다.

 

2019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서울지검 검사장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윤석열 총장의 임명을 '오만불통의 국정운영'이라면서 비난하면서 검찰총장 임명을 철회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였다. 9월에 이르러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의 강력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장관으로 조국 전 민정수석(서울대 교수)을 임명했다. 사실 법무부장관 후보자 지명과 더불어 자녀의 입시부정의혹, 사모펀드 투자의혹, 웅동학원 부실관리 등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었고, 후보자의 지명 또는 철회 모두 정권에 대한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후보자 청문회가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후보자 부인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기소를 단행했으며, 마침내 9월 23일, 검찰은 11시간 동안 조국 법무부장관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실시했다.

 

이후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지만, 조국 법무부장관은 자리에서 내려올 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이고, 야당은 끝까지 고강도의 투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빠르게 조국 장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고, 검찰 역시 법무부장관에 대한 수사를 멈출 생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박근혜 정부와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회상해본다. 그들이었다면 어땠을까? 정권에 부담을 주는 검찰의 행보에 대해서 여러 수단을 동원해서 압력을 가하고, 결국에는 검찰총장의 퇴임까지 관철시키지 않았을까?

 

조국 장관의 임명에 불만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재인 정권에 대해 신뢰를 보내는 이유는 이전 정권과는 다르게 검찰에 대한 압력을 가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소박한 바람이 있다면 문재인 정부가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해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조국 교수.

딸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로 여러 가지 검증, 그리고 혹독한 검증을 받게 될 것이라 예상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자녀 교육과 관련된 문제였다.

입시에 부정이 있었는지의 여부는 공방이 있다. 일각에서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조국교수는 입시에 부정은 없었다며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딸이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의학논문의 제1저자로 기재될 수 있었다는 점은 그것이 입시의 결과에 실제로 영향을 미쳤는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부정할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당시의 교육제도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러한 경력이 입시에 중요한 사정요소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바이다. 조국 교수는 딸의 입시에 활용할 의도나 목적이 전혀 없이 그런 억지스러운 경력을 딸에게 ‘만들어 주었’을까? 불법은 아니라지만 편법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사실 우리나라 교육, 특히 입시교육에 관해서는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빠의 무관심’이 입시 성공의 비결로 언급된다. 이러한 풍문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과연 조국 교수가 딸의 입시에 주도면밀하게 개입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정범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방조범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흔한 가정과 마찬가지로 자녀의 교육에 관해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부인의 등살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아는 지인들을 수소문해서 연결시켜 준 것이 아닐까 싶다(이는 전적으로 나의 추정이다).

결국 조국 교수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가 대치동의 사교육 네트워크와 결합되고,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공교육의 방관이 만들어 낸 결과이다.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강남 8학군을 만들어냈고, 소위 ‘초품아’는 그렇지 않은 아파트보다 선호되고 가격차이도 적지 않다. 이는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라면 가용한 최대한의 자원을 동원할 수 있다는 대한민국의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경제력과 사회적 능력이 출중한 일개의 교수가 대한민국의 주류적인 흐름에 반기를 들고 나서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이는 비단 조국 교수에 국한된 문제라 보이지도 않는다. 대한민국의 흔한 성인남녀 중에 제도적인 맹점을 공략해서 일신의 영화나 일가의 부귀를 얻으려는 기회주의적인 태도로부터 그 누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가 재력과 사회적 지위를 갖춘 사람들의 놀이터로 전락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이며, 또 우리 교육제도는 누구에 의해서 왜 그토록 졸속으로 만들어져야만 했는가에 대한 반성이다. 교육’제도’의 흠결과 제도에 대한 불신은 결국 공동체 구성원 상호 간의 불신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성찰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조국 교수가 법무부장관으로서 적합한지의 여부는 모르겠다. 검찰개혁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인지도 알지 못한다. 개인적인 일면식도 없는 공인에 대해서는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을 바라보며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국 교수는 국가의 중요한 검찰권력에 대한 공정한 개혁을 이끌어가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제도적인 흠결은 최대한 이용한 것은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것이어서 어쩔 수 없는 것이고, 검찰개혁에 관해서는 개인적인 이해관계없이 학자적 양심에 따라 잘 해낼 수 있다’는 궤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조금 더 섬세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할 것 같다.

청문회는 진행될 것이고, 야당의 격렬한 반대에도 조국 교수는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될 것으로 생각된다. 최선인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대안을 생각해 낼 주제도 아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황교안이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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